밀도 있게 그려낸 다이애나비의 삶
1991년, 왕실 가족이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 3일간 이뤄지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스펜서는 직접 운전을 하다가 뒤늦게 별장에 도착한다. 모두가 그의 지각을 마뜩잖게 생각하고, 그 순간부터 통제는 시작된다. 다이애나는 3일 동안 의심과 결심 사이를 오가며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시놉시스-
영화 <스펜서>는 다이애나 스펜서의 내면을 담은 영화로 그녀가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아닌 내면을 다룬 영화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다이애나에게 어떤 기만을 저질렀는지, 한평생 파파라치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얘기해 주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일생을 모르고 영화를 봤을 때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이혼하기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3일간의 왕실 저택에서의 일상과 불안으로 소용돌이치는 그녀의 마음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 결혼하고 10년이 났음에도 여전히 결혼생활에 좌절하고 왕실의 생활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다이에나 스펜서를 다루고 있고 자신의 정체성인 '스펜서'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통받고 있는 다이애나를 그리고 있으며 결국은 자신의 정체성인 '스펜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북미에서 2021년 11월 5일 최초 공개되었으며 한국에서는 2022년 3월 16일이 되어서야 개봉을 했다. 그 이후 4달이 지나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었다. 감독은 전기영화로 유명한 파블로 라라인이며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영화로 팜 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스포트라이트 여배우 부문과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 워싱턴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영화 스펜서의 평점은 로튼 토마토 신선도 83%로 나쁘지 않은 편이나 관객 점수가 52%로 아쉬운 수준이다. IMDb에서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6.6점을 받고 있다. 참여자가 62K인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점수이다.
단연코 다이애나비 그 자체였던 크리스틴 스튜어드
이 영화를 통해 크리스틴 스튜어드는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현상 후보, 전 세계 27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거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이기 때문에 다이애나 스펜서를 연기할 크리스틴 스튜어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 감독인 파블로 라라인은 "크리스틴 스튜어드는 매우 신비로운 배우다. 아주 연약하지만 결국엔 매우 강할 수도 있는 배우다. 그가 대본에 반응하고 캐릭터에 접근하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고 너무나 눈부시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다양한 자료 조사와 함께 영국 왕실 분위기의 리얼리티를 위해 약 6개월간의 발음 교정을 전문적으로 받았으며 헤어스타일과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의 나에게 크리스틴 스튜어드는 트와일라잇에서 보았던 하이틴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보지 않아서였는지 <스펜서>에서의 연기는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훌륭했다. 그녀의 연기로 다이애나비가 느꼈을 외로움과 답답함, 미쳐버릴 듯한 슬픔이 그대로 느껴졌고 분명 대사일 텐데도 대사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정서적으로 가장 불안정했을 시기의 다이애나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극단적인 초점의 클로즈업 장면들도 매우 잘 소화했으며 그 외의 장면에서도 능수능란한 연기를 보여준다. 얼마나 비슷했으면 실제 다이애나비를 옆에서 오래 봐왔던 경비원이 자신이 알던 다이애나비와 가장 흡사하다는 말까지 했을까. 이 영화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패션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의상을 선보인다는 점인데 매 끼니마다 입는 옷이 정해져 있고 왕족 별로 의상 담당 수행원이 정해져 있을 정도이니 의상이 매번 바뀌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무거운 내용과는 별개로 영국 왕실의 화려운 패션과 그 의상들을 마치 원래 자신의 옷인 것처럼 소화하는 크리스틴 스튜어드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영화 <스펜서>를 통해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한 배우로서도 정점에 오른 듯 한 모습의 크리스틴 스튜어드를 만날 수 있다.